기침과 롱코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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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은 왜 하는 것일까요? 많은 분이 ‘기침을 많이 하면 폐렴이 된다.’라고 말하며 기침이 호흡기 질환을 악화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기침을 많이 하면 호흡기 질환이 심해질까요?
기침을 하는 이유와 그 역할에 대한 설명은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 출간된 ‘호흡기학’이라는 책에 잘 설명되어 있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침이란 기도 내로 흡인된 이물질이나 과도한 기도 분비물을 제거하기 위한 갑작스럽고 폭발적인 호기 운동으로, 정상인에게서도 나타나는 중요한 생리적 방어기전이며 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충분한 설명이지만 좀 더 풀어 설명하면,
‘호흡이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인데, 기침은 이중 내쉬는 숨으로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반응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기침을 통해 공기만 내뱉는 것이 아니라 숨구멍으로 잘못 들어온 이물질이나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에 쌓여있는 가래 등을 밖으로 밀어내죠. 기침은 감기에 걸리지 않은 정상인에게도 일어나는 호흡기의 방어기전이며 폐를 보호하기 위해 일어나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숨을 들이쉬면 공기는 코와 목을 지나 기도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 기관지와 폐포로 전달됩니다. 이때 적절하지 못한 물질이 공기와 함께 섞여 들어가면 폐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죠. 또한 가느다란 기관지에 가래와 같은 이물질이 있으면 공기가 기관지 끝에 달린 폐포(허파꽈리,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되는 곳)까지 들어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기침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외부로부터 유입된 이물질과 내부에서 생산된 가래를 외부로 배출하도록 돕습니다.
내과학 교과서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해리슨 내과학(19판)에는 기침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침은 사람의 기도와 폐에 있어 필수적인 방어 기능을 수행한다. 효과적인 기침 반사가 없다면 우리는 기도의 분비물(가래)을 청소하지 못하고, 호흡 저항에 의한 무기폐(가래에 의해 기관지가 막혀 폐포에 공기가 공급되지 않는 상태)가 되거나, 호흡기 감염을 일으키기 쉬운 물질을 흡입할 위험 등에 직면하게 된다.’
앞에서 언급한 ‘호흡기학’ 교과서의 치료 편에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가래를 동반하는 경우는 기침을 억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기도 내에 가래가 축적되면 폐 내부 공기 분포의 장애, 폐포의 기능 이상 및 폐 감염에 대한 저항 능력 감소 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해리슨 내과학에서는 우리의 폐를 보호하기 위해 기침은 꼭 필요하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호흡기학 교과서에서는 가래를 동반한 기침을 억제하는 것은 정상적인 호흡을 방해하고 폐 질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침은 가래를 배출하기 위해, 또 나쁜 물질이 폐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어나는 현상이며 우리의 몸에 도움이 되는 생리현상입니다.
정상인이든 호흡기 환자든 가래가 있는 경우 기침을 억제하면 폐에 해로운 물질을 들이마실 수 있고, 가래가 잘 배출되지 않아 호흡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배출되지 못한 가래는 병원체가 자랄 수 있는 배지(培地)가 되어 폐렴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이렇게 보면 기침은 막아야 할 질병이 아니라 도와야 할 생리현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니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던 환자가 폐렴에 걸렸다면 그것은 기침을 해서 폐렴이 된 것이 아니라 기침으로 폐렴을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렴에 걸린 것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죠. 전자는 기침을 나쁘게 본 것이고, 후자는 기침을 좋게 본 것이니까요.
물론 기침은 생활에 불편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체력소모를 유발합니다. 심한 기침은 두통과 복통, 흉통을 유발하며 연속되는 기침은 들숨을 어렵게 하여 호흡을 방해하기도 하죠. 그래서 기침 환자가 불편을 호소하면 병원에서는 기침을 억제하는 약을 처방합니다. 이런 약들은 신경계에 작용해서 기침반사를 억제하거나, 가래의 성상을 묽히고, 공기의 통로인 기관지를 넓히는 등의 역할을 하죠.
하지만 이렇게 기침을 억제하면 정작 기침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던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환자는 불필요한 이물질을 흡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기도와 기관지에서 생성된 분비물의 청소는 지연될 수 있습니다.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를 돕기 위해 약을 처방하는 병원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기침의 의미를 알고 약을 복용하는 것과 모르고 복용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기침이 꼭 필요한 경우 이것을 억제하면 호흡기 질환이 나빠질 확률은 높아지니까요.
이 정도로 기침에 대해 이해했다면 대중이 갖고 있는 기침에 대한 인식을 대폭 수정해야 합니다.
‘기침을 하면 호흡기 질환에 걸리거나 이미 걸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에서 ‘기침을 막으면 호흡기 질환에 걸리거나 이미 걸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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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롱코피드라는 말이 나옵니다. 생소한 단어라 의미를 찾아보니 코로나에서 회복한 사람들이 피로, 기침, 숨참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더군요. 호흡기 질환을 진료하는 사람으로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지만, 대중이 이 단어에 현혹되는 이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기침은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들어오는 공기에 이물질이 있을 때 이를 내뱉기 위해 하는 기침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에 가래가 있을 때 하는 기침입니다.
이것을 풀어 설명하면, 전자는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 기도로 넘어오는 공기를 검열하는 예방적인 기침이고, 후자는 호흡기 질환에 걸렸을 때 호흡기에서 분비되는 점액을 배출하는 회복을 위한 기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가래가 적거나 거의 없으며 호흡기 질환이 끝난 다음에 하는 경우가 많고, 후자는 가래의 양이 많고 호흡기 질환이 진행 중일 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래가 없는 기침은 공기의 변화에 민감하고 온종일 목이 칼칼하고, 뱉어도 가래는 잘 안 나오지만,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됩니다. 연신 캑캑거리고 콜록콜록 밭은기침을 하지만 나오는 것도 별로 없는데 뭔가 개운하지 않죠. 이를 두고 역류성후두염이라 진단하고 제산제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은 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침이 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이란 데 있으니까요.
호흡기 질환은 공기의 온습도 변화에 민감하여 주로 기도의 온도와 습도가 떨어졌을 때 발생합니다. 최근 호흡기 질환을 앓았던 사람이라면 호흡기에서 전쟁을 치른 것과 같죠. 군기 빠진 당나라 군대도 전쟁을 한번 치르면 정신을 바짝 차립니다.
최근 전쟁을 치른 호흡기는 전쟁이 재발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완전히 회복하기 전까지, 그러니까 호흡기가 웬만한 공기는 마셔도 끄떡없는 정도로 몸이 회복하기 전까지는 들어오는 공기에 대해 엄격한 검열을 합니다. 이때의 호흡기는 먼지 등 이물질에만 반응하지 않고 호흡기 환경에 영향을 줄 차고 건조한 공기의 유입에도 반응하죠.
즉 최근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 회복한 사람은 주변 공기의 온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예방적 기침을 한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지금처럼 일교차가 크고 매일 날씨 변화가 일어나는 환절기엔 그 증상이 심할 수밖에 없고, 2년 가까이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써서 다양한 공기를 접해보지 못한 호흡기라면 그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언론은 호흡기 질환에서 회복한 뒤 다시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하는 기침을 롱코비드라고 하며 새로운 병명을 붙여줍니다. 세상에 롱독감, 롱감기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웃음이 나오지만 웃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한 사람들은 코로나가 말끔히 떨어지지 않는다며 또 기침을 억제하는 약을 타러 병원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어떡하죠? 우리 몸은 방어를 억제하면 더 열심히 방어합니다.
기침을 억제할수록 목은 더 예민해지고, 기침은 심해지며 기침의 역할을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더 불안해지죠.
완연한 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어느 정도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에어컨을 켜서 실내외 온도 차가 생기기 시작하면 이 일은 또 반복될 텐데 그때는 언론에서 어떤 이름을 붙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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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올렸던 ‘유리감옥에 갇힌 사람들’에서 말씀드렸지만 2년간 실내 생활을 위주로 하고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썼던 사람의 코와 목, 그리고 폐는 2년 전의 그것과 다릅니다. (https://soarang.net/?page_id=459&vid=80)
마스크에 의한 호흡저항으로 여러분의 폐는 작아졌고 한 번의 호흡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공기의 양은 줄었으며, 여러분이 내뱉은 이산화탄소와 몸에서 버린 공기는 마스크에 막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몸은 열심히 숨을 쉬지만 그래봐야 마스크에 붙은 먼지를 빨아들이고 자신이 뱉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마셔야 합니다.
숨이 차다고요? 여러분의 몸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기침이 난다고요? 여러분이 더러운 공기를 마신다는 뜻입니다.
마스크를 열심히 쓰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숨이 찰 수 있으며, 외부에서 이물질이 들어오지 않아도 목이 칼칼하고 밭은기침이 날 수 있습니다. 신선한 공기가 폐로 들어오지 못해 숨이 차고, 자신이 뱉은 공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해 목을 자극하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대중은 상상하지 못합니다.
기침이 문제일까요? 기침의 원인이 문제일까요?
송곳으로 살을 찌르면 피는 납니다.
매일 송곳으로 자기 살을 찌르면서 피가 멎지 않는다고 말하면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기침은 코로나의 후유증이 아니고 마스크의 후유증입니다.
기침을 해서라도 더러운 공기가 마스크를 뚫고 나가 그 공간을 새로운 공기가 채운다면 기침을 원망할 게 아니라 기침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요?
출처: https://www.facebook.com/100009442463380/posts/3257762704548446/?app=f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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